동료들과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를 함께 읽고

Joshua Kim
18 min readJun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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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회사에서 리더십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포함하여 협업, 소통, 그리고 조직 문화 전반을 함께 아우르는 책들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흔한 독서 소모임입니다.

저보다 두 살 많은 회사의 HR 담당자 분과 평소에 종종 스몰톡을 하곤 하는데, 대화의 결이 너무 비슷하기도 하고, 가끔 제가 인지하지 못한 점을 잘 짚어주셔서 제 마음대로 “이 분은 나의 멘토”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께서 “리더십 소모임에 같이 참여해보면 어떻겠냐”라는 가벼운 제안을 받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팀장의 탄생 책부터 시작하여, 두 번째 책인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 책까지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분들부터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의 생각을 들으며 사고 과정에 영양분을 공급 받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이후에도 저의 과거 언행을 회고하며 부끄러움에 사무친 적도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공간으로 흩어지는 저의 언행에 대해 예전보다 더 자주 “경각심”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나이와 연차 측면에서 중간에 끼여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는데, 임원 분들부터 신입 동료 분들까지 생각을 골고루 들으며 확실히 예전보다 관계를 형성해가는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4년 전 처음 팀장의 탄생 책을 읽은 계기가 “매일매일 얼굴빛이 어두운 팀장님의 마음을 잘 이해해보고 싶은” 것이었다면, 최근의 계기는 “훌륭한 중간잡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 책을 읽으며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노션에 생각을 정리한 저 랩탑 스크린의 주인이 바로 저예요😶

팀장이 모든 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팀원 중 보통 일을 잘 하면 팀장으로 승진하는 케이스가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팀 내 실무의 모든 것들을 낱낱이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실무의 스펙이 변하기도 하고, 팀장이 된 후 프로세스가 급격하게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이 과정에서 팀장은 팀원들의 실무를 낱낱이 다 아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다 알 필요도 없다고 책은 말합니다. 왜냐하면 팀장의 역할은 “팀원이 성과를 잘 내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지, 팀이 떠안고 있는 모든 과제를 만능 열쇠 처럼 풀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팀장은 “실무의 주인공”인 팀원이 자신의 과제를 잘 풀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방향을 잘 잡아주는 역할에 관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팀원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과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시야가 좁아보이겠죠.) 이런 큰 그림과 맥락을 잘 짚어주며 길을 잃어가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팀장에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느꼈습니다.

가령, 팀원이 떠안고 있는 과제가 Cross-functional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팀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과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다른 팀과의 소통길을 뚫어주어야만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과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환경과 소통 측면에서 길을 닦아 주되, 팀원 스스로도 이러한 맥락 이해 (Context Reading) 역량을 갖춰갈 수 있도록 틈틈이 연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팀장의 트래픽도 경감되고, 팀원 스스로도 조직을 바라보는 안목이 커질테니까요.

팀장이 팀원을 이기면 팀이 발전하지 못한다.

저는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더라도, 결국 의사결정은 수직적인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기업의 방향성과 성장은 주주들이 바라보는 바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다만, 실무자들이 더 깊이 체감할 수 있는 생각들이 표출되어 프로덕트의 생명력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목소리의 다각화 측면에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Add-on(?) 처럼 자라난 것일 뿐, 그것이 민주주의와 같은 의사결정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이 팀원을 이기면 팀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안과 규제 이슈가 매우 중요한 기업,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는 팀이라면 사정이 다르겠네요.) 디테일한 실무를 집행하는 사람은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며,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팀원일 것입니다. 따라서 팀장은 팀원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큰 그림과 맥락의 길잡이 역할을 하되, 구체적인 실무 방향에 대해서는 팀원이 팀장을 이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너잘내잘 원칙

“팀장을 위해 팀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을 위해 팀장이 존재한다. 이것이 팀장의 본질이다.”

이 구절이 개인적으로 머리에 정말 깊숙하게 각인되었는데요. 추후 사수로서, 혹은 팀장으로서 이 구절을 결코 잊지 말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하게 되었습니다.

팀장의 성과는 팀이 잘 되어야 달성될 수 있는 것이고, 팀의 성과는 팀원들이 시너지를 내어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결국 팀장의 본질은 “팀”을 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팀장이 잘 되기 위해서는 팀원이 자신의 성과를 주체적으로 잘 만들어가야 하며, 결국 팀원이 성과를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팀장이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벤투

개인적으로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축구 감독과 선수들의 성공 사례와 그들의 소통 방식을 파헤치며 레퍼런스를 얻어가곤 하는데요.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벤투의 경우, 자신의 큰 그림인 “빌드업 축구”라는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수들”이며 모든 조직 체계가 선수들이 그 결과를 잘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 사이에서 과도한 경쟁심을 부추기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하고, 여론의 뭇매를 자신이 감당하더라도 선수 개개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일관적인 모습이 정말 훌륭한 본보기였다고 느꼈습니다. (이강인 선수의 발탁이 늦었던 배경도 개인적으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싶지 않았던” 벤투의 리더십 철학 때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라떼는 말이야!

저는 보통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낯선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크게 자극하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낯선 세상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입시키는” 것은 다른 성격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제게 큰 배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주입시킨다는” 느낌이 들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중요한 것은 “라떼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전달 방식”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책에서도 이 점을 언급합니다. 큰 그림과 맥락에 대한 혜안을 팀원에게 잘 전달함으로써 팀원이 성과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면, 팀장의 라떼 이야기 자체는 꼭 전달해야 하고 팀원 스스로가 흡수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전달 방식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 🙅🏻‍♂️ 내가 해봤는데, 그거 그렇게 해봤자 안 될거야.
  • 🙆🏻‍♂️ 제가 해봤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어요. 이를 염두하고 결정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결국 이 과제의 주체는 ㅇㅇ이니까 잘 파헤쳐보시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세요.

이는 단순히 팀원의 거부감 만을 고려해서 눈치를 보며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팀원의 성장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느꼈는데요. 팀장 스스로의 경험을 주입시킬 경우 팀원 역시 자신의 사고 흐름을 한정 짓게 될 것이고, 팀장이 열려 있는 전달 방식을 택할 경우 팀원 스스로도 자신의 사고 흐름을 열어둔 채 변화에 유연하게 키워갈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회사와 팀의 애자일한 문화에도 큰 도움을 주겠죠.

나의 성공 방정식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기서도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공감이 간 구절이었습니다. 이직을 수 차례 경험한 사람으로서, 각 회사나 팀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과 문화가 정말 달랐는데요. “이 문장을 좀 더 일찍 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경력자로 이직을 했다면, 자신만의 작거나 큰 성공 방정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 기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의 성공 방정식에 알게 모르게 집착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각 개별적인 성공 방정식은 환경과 상황의 특수성을 지니기 마련이므로, 새 기업에서는 유효한 방정식이 되지 않을 수 있겠죠. 결국 경력자가 새로운 기업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닌 성공 방정식”이 상황에 따라 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여러 명의 훌륭한 경력자 분들을 지켜봤을 때, 그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지닌 태도는 “회사의 상황과 고충”을 몇 개월 동안 천천히 공감하려는 것에 집중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 후, 자신만의 “또 다른 유형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가셨는데요. 당시에는 별다른 감회를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아 그 때 그 분들이 훌륭한 분이셨구나”하고 느끼며 가슴 속에 넣어둔 채 배워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언젠가 제가 팀원을 채용하는 입장이 된다면, 경력자 채용시 후보자의 다음 두 가지 항목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신과 다른 유형의 접근 방법을 듣고 이해하는 “굿 리스너”인가?
  • 자신의 성공 방정식의 “한계점”이 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

물론, 저 역시 순조로웠던 이직도 있었고, 그렇지 않았던 이직도 있었던 만큼 이 문장이 제게 굉장히 큰 경각심을 울렸습니다. 저 역시 저만의 방식에 대해 늘 겸손하고, 제가 겪어보지 않은 방식을 수용하고 이해할 줄 아는 마인드셋을 의식적으로 붙잡으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감정을 배려받고 싶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직설적으로 사실만 전달 받기보다는 감정을 배려받고 싶어한다.”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가장 노력해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데이터에 관해서만 심도 있게 생각하고 공부할 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을 텐데요. 그러나 다른 영역의 전문가인 동료 분들의 고민과 고충이 어떠한지 이해해보려고 눈과 귀를 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개발자: 제품이 안정적으로 배포되고, 추후 원활한 고도화 과정까지 고려한 설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 디자이너: 사용자의 행동 심리학을 충실히 반영한 UI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 마케터: 시장의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Awareness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갔으면 좋겠다.
  • 임원: 장단기적으로 매출을 지속할 수 있는 흐름이 이어지면 좋겠고, 기업 성장을 위한 전사 과제가 우선순위대로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이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각 과제마다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떠한 역할을 맡든 누구나 고민과 고충을 가지고 있겠죠.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자신의 영역에 갇힌 시야를 통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설득 자체가 되기도 힘들 뿐더러, 자신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각 영역의 전문가인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한(?)을 경청하고 공감하여 라포(rapport)를 형성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목적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 하에 도구적 겉치레로 “라포를 형성해가려는” 모습은 쉽게 탄로나기 때문에, “공감”을 도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자체를 “덕목”으로서 바라보며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잘러의 유형

어느 회사이든 꼭 여러 명의 일잘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일잘러든 팀장의 길잡이가 필요한 “극단적인 면모”는 사람마다 꼭 지니고 있을 것 같은데요. 책에서는 일잘러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팀장이 각 일잘러에게 해줘야 하는 조언 방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 과다 열정러: 원인보다 현상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준다.
  • 완벽주의자: 결과보다는 과정에 지나치게 집중하지는 않는지 세심히 지켜봐준다.
  • 프로 걱정러: “안 될 이유”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팀장이나 회사에게서 어떤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지를 물어봐준다.
  • 테크니션: 가설 수립 단계에 타사의 성공 레퍼런스를 표면적으로 따라한다고 해서 똑같은 성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려준다.
  • 효율성 맹신자: 정확하고 완벽하게 예측하고 분석하기보다 합리적인 가설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모임에 참석한 동료 분이 “효율성 맹신자”를 읽으며 저를 떠올렸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흠칫 놀랐는데요. 순간 민망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잘 못 느끼지만 남들이 알고 있는 나의 단점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잘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상당히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정합성이 보장되지 않아, 업무에 적용할 만한 분석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몇 번 했던 것이 기억나기도 한데, 완벽함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 Viable한 방향도 골고루 실행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심해야겠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팀장이라면 성과 측정에 관해서는 일관성을 가지되, 코칭에 관해서는 각 팀원의 유형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도 고쳐졌다.

저성과자 팀원과 트러블 메이커를 바라보는 시각에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이었는데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성과자 팀원

  • 역량과 직무가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 모종의 이유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 따라서 팀원이 실수를 많이 하거나 성과가 저조할 경우, 개인 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는, 프로세스나 매뉴얼 같은 환경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러블 메이커

  • 성향과 역할이 잘 연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
  • 담당 업무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팀원이 극도로 긴장한 경우, 스스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어지고 동료들과의 대화나 질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주위 동료들의 작은 실수가 본인의 저조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날카로워진다.

저 역시, 과거 저성과자 팀원이나 트러블 메이커(소위 빌런)를 바라볼 때, 단순히 그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기만 했었습니다. 물론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팀장이나 누군가의 리더라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환경과 구조, 프로세스 상의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경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물경력”에 대한 고민은 저 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요. 저는 “물경력”이 되지 않기 위해 하드 스킬이나 스펙적인 역량 만을 채우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드 스킬도 중요하지만, “조직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 역량” 자체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차에 맞는 “경력 쌓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레벨1. 주어진 일을 완수한다. (2년차 이하)
  • 레벨2.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낸다. (5년차 이하)
  • 레벨3. 목표와 전략을 수립한다. (8년차 이하)
  • 레벨4. 사람을 이끈다. (그 이상)

개인적으로 연차로는 레벨3, 데이터 업무에 대해서는 레벨2를 도전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벨 2.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 도전은 데이터 분석가로 전향한 직후 바로 직면하게 된 과제였는데요. 다음과 같은 문제 해결 방법을 도출해야 했고, 잘 해결한 것들도 있지만 아직도 미결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 어떻게 하면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내가 발견한 데이터 드리븐 문제를 조직에 더 좋은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을까?
  • 나만 알고 있는 데이터 용어를 다른 영역의 동료들에게 어떻게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유형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가기 위해서는 비단 데이터 자체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조직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는데요. 이 때문에 훌륭한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해 실무 역량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을 이해하고 우리 프로덕트의 특성, 그리고 시장의 특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공부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레벨3. 목표와 전략을 수립한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과정의 중요성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었습니다. 최근 제가 직접 데이터 분석과 엔지니어링의 상위 목표와 하위 목표, 그리고 마일스톤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세부 과제를 하나씩 진행하면서 목표 기간 내에 진행되지 못했을 때 어떤 장애요인 때문이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두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통해 저의 업무 수행이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되기도 하고, 자기만족이나 마이너한 것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되지 않도록 통제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연차가 좀 더 쌓일수록 이를 자신의 업무 영역 뿐만 아니라, 팀과 협업 프로젝트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볼 필요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경력 계발의 원칙

책에서는 경력 계발의 원칙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시킨 일만 하지 않는 것
  2. 쉬운 일만 하지 않는 것
  3. 혼자 일 하지 않는 것

다행히도 1번과 2번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저절로(?)” 지키며 살고 있는데요. 그러나 3번의 경우 스스로에게도 경각심을 주었기 때문에 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새 조금씩 시도해보기 위해 동료들과 케이스를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혼자만 일 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분명히 자신만의 시야에 갇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잠재력을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비록 데이터 자체를 심도 있게 바라보는 사람은 회사 내에 저 혼자 뿐이지만, 그 결과물을 프로덕트에 잘 녹여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차원에서의 문제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와 얽혀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 동료 분들의 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저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큰 자산을 안겨주기도 했는데요.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했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 혼자 일했다면 결코 습득하지 못했던 것들이었겠죠.

저와 교류가 많지는 않지만 사내 한 시니어 개발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좋은 개발자는 혼자만 잘 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함께 모였을 때 잘 하는 개발자다.”

마음을 파고들며 반성이 들었던 말씀이었는데요. 이 구절은 비단 개발자 뿐만 아니라, 팀을 이루고 있는 모든 팀장과 팀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회사란 “개인이 이룰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며, 결국 회사에서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 일잘러”가 아니라 “같이 모였을 때 일잘러”가 되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즉, 타인의 피드백에 자존심이 긁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피드백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대범함이 회사에게도 본인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마인드셋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에 대해 저는 부족함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가며

언젠가부터 저는 “나도 좋고, 팀도 좋고, 회사도 좋은”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개인과 조직, 피고용인과 고용인을 이분법적인 대결 구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상황과 고민에 대한 경청과 공감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원이라면 팀장에 대한 이해, 팀장이라면 팀원에 대한 이해, 직원이라면 조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조직이라면 직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때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엄청난 성과와 성장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말하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는 글보다 훨씬 복잡하며, 수많은 상충 관계로 뒤얽혀 있어 최선의 방향을 짚어가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미니멀리즘적인 사고와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성과와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부터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씩 밟아가며, 고집과 편견, 그리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은 채 경건한 마음으로 행해가다보면 결국 큰 산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지만 빈번한 물결이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조류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소모임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 책을 읽어가며, 사실 사회 생활에 임하는 저의 머리 속은 더욱 심하게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의 익숙함에 낯선 시각들이 잔뜩 끼어들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새로움에 대해 끊임 없이 자극 받으며 하나씩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과정이 저와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인생 측면에서도 더 좋은 아들, 형, 그리고 남자친구가 되는 데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팀장의 오답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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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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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oshua Kim

Analytics Engine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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