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데분생을 운영하는가?

Joshua Kim
9 min readMay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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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분생을 운영하게 된 계기

때는 정확히 2022년 11월 20일, 너무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터 분석으로 생존하기”라는 이름의 온라인 스터디를 처음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 전환을 한 후 6개월차에 접어든 시기였는데, 사내에서 최초로 채용된 1인 데이터 분석가였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모든 것들을 스스로 배우고 적용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백지의 상황에서 색깔을 입혀나가는 일이 막막하기도 하고, 오히려 자유도가 높아 즐겁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를 창출하는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주변의 레퍼런스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수많은 서적, 블로그, 유투브 영상, 인강 등을 심혈을 기울이며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지만, 뭔가 초보자용 컨텐츠들이 대부분이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내 입장에서는 실제 분석 Practice, 문제 상황별 해결 프로세스 사례 등을 배우는 게 정말 급했다.

그래서 현직자 분들과의 스터디 모임을 탐색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가 어려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가 직접 모집해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데분생 1기 출석부

데분생의 성장 히스토리

그 후, 약 1년 반 동안 진행한 이력은 다음과 같다.

  • 총 누적 143명 분들과 함께 진행
  • 각 기수별 평균 리텐션 = 약 10–20%
  • 참여 인원이 너무 많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텐션이 떨어져 모두에게 안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4기부터는 12명 내외로 고정
데분생 참여 인원

스터디에 참여해주신 현직자 분들의 발표 자료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후, 이 소중한 자료를 링크드인에 업로드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분명 나뿐만 아니라 이런 막막함과 동기가 가득한 분들이 국내에 무진장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공부한 후, 그걸 여기 저기 공유하는 걸 정말 애정한다. 스터디와 발표에 최적화된 DNA를 가지고 있는 듯…) 그래서 기존에 발표해주신 분들께 일일이 허락을 받아, 링크드인 “데분생" 페이지를 개설하여 모조리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약 1년 동안 링크드인 페이지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 월간 노출 수 = 최대 20,000회
  • 월간 노출 사용자 수 = 최대 6,200명
  • 월간 Click-thru 수 = 20,300회
  • 월간 Engagement Rate = 최대 100% 이상 (이 말은 즉, 사용자 분들께서 컨텐츠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계신다는 뜻이다!)
  • 동종 “데이터 분석" 관련 페이지들과 비교해보면, 데분생 포스트 수는 3배 정도 많고 Engagement Rate는 무려 8배 가까이 높다. (즉, Engaging한 컨텐츠들을 쏟아내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동종 “데이터 분석" 페이지들은 내가 직접 추가하여 관리할 수 있는데, 국내 가장 유명한 4개를 선정했다. (뭔지는 비밀🤐)

데분생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얻은 것들

1️⃣ 가볍지만 빠르게 케이스 스터디를 흡수할 수 있었다.

대기업, 유니콘부터 스타트업까지 매우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그동안 데분생에서 노하우와 고민을 들려주셨다. 개중에는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해가는 분들도 있었고,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들려주신 분들도 있었다.

발표를 듣는 당시에는 당장 내가 사용할 만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별 소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몇 주, 몇 달이 흐르다보니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서 “발표 때 들었던" 종류의 문제나 딜레마에 계속 부딪히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그 발표 내용을 상기하며 조금이라도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데분생 발표들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감이 안 잡혀 큰 고통에 빠져버렸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다.) 정말 감사하게도 데분생에서의 간접 경험이 나의 하드 스킬 및 소프트 스킬 면에서 정말 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2️⃣ 회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무리 큰 기업이든, 아무리 작은 기업이든, 분명 “데이터 분석가" 입장에서 아쉬운 면모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데분생을 통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시는 데이터 분석가 분들의 고민을 들으며, 내가 다니는 회사를 객관화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이러저러한 면에서 데이터 분석 환경의 큰 장점이고, 이러저러한 면에서 조금 아쉽네" 하는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객관화를 통해 “내가 어떤 것들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잘 할 수 있었다. 사실 객관화를 통해 회사의 단점에만 집중하고 한탄만 하는 것에서 끝날 수 있었지만, 데분생에서 “동종업자끼리 실컷 이야기하며 얻은 동질감과 공감대"를 통해 큰 의지를 할 수 있었고, 회사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3️⃣ 데이터 분석가 분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데분생을 통해 나 스스로 성장하는 것만으로 워낙 정신 없었기 때문에, 남을 평가할 겨를도 없었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나의 선생이시다" 하는 마음으로 대했다.

그런데, 1년 정도가 지나니 데분생을 통해서든, 개인적인 커피챗을 통해서든, 혹은 업무로 부대끼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제 이 분의 “데이터 분석"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나름 잘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한, 그 분이 자신의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서 정확히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계신지, 관심사가 무엇이며 어떤 점에서 만족과 불만족을 느끼시는지 예전보다 감이 잘 오는 것 같다.

물론 남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눈높이를 맞추며 부드러운 소통을 할 때 크게 도움이 되고 있고, 이렇게 감이 조금씩 생기며 몇 년이 더 흘러 주니어 분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할 때 지금의 감이 더욱 무럭무럭 자라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4️⃣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데분생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때로는 회식으로, 때로는 세미나로, 때로는 1:1 커피챗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낯가림이 심하고 쉽게 기가 빨리는 전형적인 내향인으로서 이런 환경을 늘 회피하곤 했지만, 나와 비슷한 감정과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소수 정예로 이야기하는 건 정말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만나고 이야기했다. (난 소수 정예 커피챗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 중에는 정말 나와 똑같이 고통 받고 고민하는 분들도 계셨고, 혹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지닌 분들께서 좀 더 넓은 시야로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연차나 나이를 모두 떠나, 나에게는 정말 값진 대화였고 또 그 분들과 이렇게 가볍지만 소중한 인연을 시작하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결국, 나는 왜 데분생을 계속 운영하는가?

사실 데분생 발표를 듣는다고 해서, 나의 업무 영역과 거리가 먼 것들도 많기 때문에 즉각적인 “처방"을 받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매주 일요일 밤 시간을 투자하는가?

결국, 커리어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간접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기 위함이다. 내 주위의 10년,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고마운 형님들, 그리고 누님들이 계신다. 인간적으로도, 선배로서도 그 분들을 정말 좋아라한다. 그 분들께서 늘 내게 하시는 말씀은 “커리어 방향과 성장은 급하게 결정하면 안된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지금 당장 처방 효과가 없더라도, 천천히 “이것도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장기적으로 큰 자산이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데분생에 참여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감정 때문이다. “데이터"계에 몸 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정보를 교류하고, 가끔은 고민도 털어놓는 커뮤니티가 언제나 나의 지원군 처럼 든든하게 계셔주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처럼!) 내 업무, 내 성과, 내 고민들로 인해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오더라도 이렇게 커뮤니티와 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알게 모르게 감정적인 유대감과 더불어 큰 힘을 받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 하자…)

그러나, 커뮤니티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커뮤니티에 나의 커리어 전부를 의지할 수는 없다. 어차피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고, 성장 방향 설정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스터디를 같이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귀동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또한, 아무리 간접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한들, 스스로 직접 부딪혀봐야 온전히 자신의 경험으로 누적된다. 간접 경험은 코칭 정도만 될 뿐, 결국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민들은 스스로 시도와 실수로부터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 데분생을 운영하게 될까?

내 인생사에 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 이상, 정말 아끼는 마음으로 지속할 것 같다. 데이터 분석가든, 애널리틱스 엔지니어든, 데이터 엔지니어든, 내가 “데이터"계에 몸 담고 있는 이 기간 동안에는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데분생을 운영할 생각이다. 데분생은 나에게 선생님들로 가득 찬 곳이고, 또 나의 초심과 동기 부여의 원천인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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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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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oshua Kim

Analytics Engine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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