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프로덕트 뜯어보기] #3 당근 vs. 숨고 전환율 분석 feat. 이사 견적
데이터로 프로덕트 뜯어보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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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들어가며
- 견적 요청 단계
- 최종 계약 성사 단계
- 결론
1. 들어가며
올해 가을, 개인적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당시 당근과 숨고, 두 개의 앱을 통해 포장이사 업체를 열심히 탐색했는데요. 지불용의가 굉장히 높았던 사용자 입장에서 각 앱이 완전히 다른 UX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데이터쟁이답게(?) 지표 관점에서도 장/단점이 눈에 밟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느꼈던 생각을 바탕으로, 당근과 숨고의 이사 견적 요청부터 계약 성사까지의 과정에서 UX Flow와 전환율 영향을 비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견적 요청 단계
2.1. 당근: “디테일 강조와 높은 사용자 책임”
당근은 견적 요청 과정에서 사용자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UX Flow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력 항목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사용자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상세히 작성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삿짐 사진 업로드, 텍스트 직접 작성 등)
이는 사용자의 입력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즉, 바쁜 이사 준비 과정에서 디테일한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부담이 사용자를 초기에 이탈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 전환율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2.2. 숨고: “간단하고 빠른 사용자 경험”
반면 숨고는 견적 요청 과정을 단순화하여 사용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UX Flow를 설계했습니다. 정보 입력의 상당 부분을 정형화하여 획일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는데요. 즉, 주어진 선택지를 기반으로 정보를 빠르게 입력하도록 유도하며, 디테일 정보는 선택적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간단한 견적 요청 UX로 인해 더 많은 사용자가 견적 요청을 완료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즉, 초기 전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3. 최종 계약 성사 단계
3.1. 당근: 적은 응답 수, 높은 퀄리티, 간단한 협상 과정
당근에서는 업체들이 사용자의 디테일한 요청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응답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응답 수가 적어 비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견적 요청 과정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추가 협상에 대한 부담이 적어 견적 가격에 대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즉, 외부 변수를 최소화한 상태인 것이죠.
즉, 응답의 다양성이 낮고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업체를 한 번 PICK한 후에는 최종 계약 성사까지의 전환 시간이 짧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2. 숨고: 많은 응답 수, 낮은 퀄리티, 상세한 협상 과정
숨고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견적 요청서 탓인지, 훨씬 많은 응답을 받았습니다. 즉, 여러 업체를 비교할 기회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응답으로 인해 정보 과부하를 받았고, 상당수의 경우 요청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요청서의 정보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전화를 통해 업체들과 추가 협상 과정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즉, 응답의 다양성이 높고 속도도 빨랐지만, 추가 협상으로 인해 최종 전환 시간이 길었고, 안정감보다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5. 결론
개인적으로 당근과 숨고의 이사 견적 플랫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5.1. 당근의 전략
- 목표: 사용자와 업체 간의 매칭 퀄리티 최적화
- 강점: 디테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거래를 유도한다.
- 개선이 필요한 점: 초기 정보 입력 부담을 줄임으로써 초기 전환율을 높이느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5.2. 숨고의 전략
- 목표: 견적 요청의 초기 전환율 극대화
- 강점: 간단한 UX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급 업체의 트래픽도 많아지게 된다.)
- 개선이 필요한 점: 견적 응답 퀄리티 관리와 추가 협상 과정 단축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5.3. 개인적인 생각
정보의 Usability와 Completeness 사이에는 상충 관계가 존재합니다. 즉, 정보 입력 과정을 단순화하여 작업 완료율을 높이려면 정보의 완전성을 희생해야 하고, 반대로 정보의 완전성을 높이려면 사용자의 입력 부담을 증가시켜 작업 완료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은 Cognitive Load와 Data Quality 사이에도 상충 관계가 존재하기도 하는데요. 즉, 인지적 부담과 입력 데이터 품질 모두를 향상시킬 수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근과 숨고의 전략 중 어느 쪽이 “모범 사례”라고 결론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프로덕트의 상황과 맥락이 주어진다면 정답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충성도 높은 사용자 비율이 높다면 당근의 방식이 좋다.
Usability가 낮거나 Cognitive Load가 높아도 이미 동일한 프로덕트의 다른 서비스에 깊이 관여가 된 사용자라면 초기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나 브랜드에 대한 인지적 몰입과 관계적 충성도를 이미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Peak-end Rule에 따르면 이러한 높은 충성도 상태에서도 결제 단계와 같이 사용자의 의사 결정이 집중되는 중요 순간에서의 부정적 경험은 그 영향력이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이탈률보다 후기 이탈률이 더욱 증폭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당근의 방식이 좋을 것입니다.
- 이 때 필요한 데이터: 사용자의 행동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성 vs. ~충성 세그먼트로 분류하여 Labeling이 완료된 사용자 Dimension Table
(2) 방문 주기가 매우 길다면 숨고의 방식이 좋다.
내부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숨고 사용자들의 방문 주기가 매우 긴 편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방문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사용자에게는 결과 지향적 심리(Results-oriented)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빠르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 경우, 후반의 추가 협상 과정의 전환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초기 견적 요청 단계를 빠르게 끝내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로 하여금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 이 때 필요한 데이터: 사용자의 Daily Activation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서비스별 활성화 주기 분포 데이터 (대푯값이 아닌, 전체 분포를 알아야 함)
저의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을 텐데요. 또 어떤 생각들이 드시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